“카드로 계산한 학원비, 환불 때 수수료까지 내라고요?”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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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16 06:00 | 수정 2020.09.16 08:15

"올해 두번 나간 영어유치원, 환불했더니 카드수수료를 부담하라네요"

서울 송파구에 거주 중인 김재원(남·41)씨는 올해 5살 자녀를 유아 영어학원(영어유치원)에 보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휴원 등이 반복돼 정상적인 수업이 어렵다고 판단해 최근 퇴원을 결정했다.

지난달 31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적용으로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된 서울 시내 한 상가 내 학원가 복도가 한산하다./연합뉴스

신용카드로 6개월치 수업료를 지불했던 김씨는 해당 학원에 환불을 요구했고, 학원 측은 김씨 자녀가 학원에 나가 수업을 받은 2일치 수업료와 카드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현금으로 환불했다. 김씨는 협의없이 현금으로 환불하는 것도 찜찜했으나, 카드수수료까지 본인이 내는 것이 꽤 의아했다고 한다. 학원 측은 "환불 규정이 그렇게 돼 있다"고 했고, 김씨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학원 수강을 취소한 뒤 환불과 관련해 크고 작은 다툼이 적지 않다. 특히 카드로 결제한 학원비의 카드수수료를 제하고 환불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논란이다. 카드 결제로 인해 발생하는 카드수수료를 수강생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학원의 휴원 등이 늘어나자, 이같은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경기 고양시 배현수(여·43)씨는 얼마 전 중학생 자녀의 수학학원을 등록했다가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로 인해 학원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 온라인 영상 수업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수업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한 배씨는 학원에 환불을 요청했다. 학원 측에서는 "환불액은 온라인 영상 수업 3회차(전체 9회차)와 카드수수료 2%를 제외하고 드린다"고 안내했다. 배씨는 "수수료를 왜 내야 하냐며 따졌더니, 본사 방침상 카드 취소시 발생하는 비용이 있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은 가맹수수료를 신용카드 회원이 부담하게 해서는 안된다. 김씨와 배씨의 사례는 학원 측이 법을 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수강 환불금에서 카드수수료를 제하고 줬다면 학원 측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의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협의없이 카드 결제액을 현금으로 환불했을 때도 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박지훈 법무법인 디딤돌 변호사는 "카드 결제 시 수수료를 공제하고 지급(환불)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어 수수료를 제외하고 환불해서는 안된다"며 "카드결제 매출을 현금으로 환불하는 경우도 사안에 따라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더욱이 일부 학원에서는 카드수수료율 제외한다고 하면서 임의대로 책정해 환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울 마포구 박지원(남·23)씨는 "수도권 거리두기 강화 직전에 스터디카페를 결제했는데, 거리두기 강화 후 갈 수 없어 환불해 달라고 했더니 카드수수료 15%를 제하고 돌려주겠다고 한다"고 했다. 앞서 김씨나 배씨는 2.5~3%의 수수료율을 부담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 신용·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이미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학원 등 카드가맹점이 임의로 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연간 3억원 이하 매출을 올리는 영세가맹점의 신용·체크카드 수수료율은 각각 0.8%, 0.5%이다. 중소가맹점은 매출에 따라 연간 3억~5억원인 경우 1.3%(신 용), 0.5%(체크), 5억~10억원은 1.4%(신용), 1.1%(체크), 10억~30억원은 1.5%(신용), 1.3%(체크)다.

국세청 관계자는 "명백한 과태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용(체크)카드 가맹점은 업종에 관계없이 신용카드 회원에 수수료를 부담하게 할 수 없다"며 "어떠한 사유든 카드수수료를 공제하고 환불받는 것은 불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