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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취] "고통은 내 블루스를 더 깊게해" 그녀는 투병 중에도 노래했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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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24 05:02

1세대 보컬리스트 박성연 별세… 국내 재즈 산실 '야누스' 이끌어

한국 재즈의 대모(代母), 한국의 빌리 홀리데이로 평가받아온 박성연(77)씨가 23일 별세했다. 대표적인 1세대 재즈 보컬리스트로, 2015년 신부전증이 악화돼 쓰러진 이후 서울 은평구의 요양병원에서 투석 치료를 받아왔다.

1978년 국내 첫 토종 재즈 클럽 '야누스'를 서울 신촌에 열어 운영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생전 본지 인터뷰에서 고인은 "관객은 줄어드는데 연주비는 차마 줄일 수 없어 하루도 적자 아닌 날이 없었다"며 "급전이 필요해 아끼던 무대 의상과 애장품 등을 몽땅 팔아도 빚이 1억원이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임차료에 신촌·대학로·청담동으로 수차례 이사했지만 그는 "결코 후회 않으며 다시 돌아가도 '야누스' 문을 똑같이 열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2년엔 운영 자금을 위해 평생 소장해온 LP 음반 전부를 경매로 처분하면서까지 클럽을 지켰다. 2년 전 '야누스'는 개장 40주년을 맞았고, 고인은 휠체어를 탄 채 직접 기념 공연 무대에 올랐다. 그가 부른 노래는 '마이웨이(My Way)'였다.

한국 1세대 재즈 가수 박성연이 일흔의 나이로 15년 만에 새 음반을 내놨던 2013년 본지 인터뷰에서 활짝 웃고 있다. 그는 “노래할 때만큼은 힘에 부친 적 없다”고 했다.
한국 1세대 재즈 가수 박성연이 일흔의 나이로 15년 만에 새 음반을 내놨던 2013년 본지 인터뷰에서 활짝 웃고 있다. 그는 “노래할 때만큼은 힘에 부친 적 없다”고 했다. /오종찬 기자

'야누스'는 신인 발굴과 연주 공간으로 기능하며 당시 비주류였던 재즈계를 지탱하는 원동력이자 국내 재즈 음악인의 성지(聖地)로 불린 곳이다. '야누스'에서 처음 데뷔 무대를 가졌던 재즈 피아니스트 고희안(44)은 "한국 재즈의 시작점이자 지금까지 재즈를 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영향을 끼친 분이라 생각한다"며 "권위 의식 없이 어떻게든 후배들을 무대에 소개하려 노력하셨다"고 말했다. '야누스'는 2015년 '디바 야누스'로 이름을 바꿔 현재도 운영 중이다.

재즈에 매료돼 숙명여대 작곡과에 진학했고, 미 8군 무대에서 가수 경력을 시작했다. 직접 작사·작곡한 '물안개' 등이 수록된 1집 앨범을 1989년 낸 이래, 지금껏 4개의 정규 앨범을 남겼다. 그는 평소 "늘 마지막 공연이라는 마음으로 노래한다"고 말하곤 했다. 투병 중에도 지난해 가수 박효신이 낸 신곡 '바람이 부네요'의 듀엣 가창에 참여하는 등 고인은 끝까지 노래했다. 제자인 재즈 가수 말로(49)는 "재즈라는 단 하나의 길을 벗어나지 않고 묵묵히 후배들의 기댈 곳이 돼 주셨다"며 "클럽 경영난과 건강 문제로 힘드셨을 때조차도 '이 모든 고통에 대해 불만이 없다. 내게는 블루스가 있으니까. 이 모든 게 내 블루스를 더 깊게 만들어준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5일 5시 30분.




August 24, 2020 at 03:0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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