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 재선 막으려고, FDA가 백신 개발 지연"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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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23 09:01 | 수정 2020.08.23 09: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리츠 칼튼에서 열린 미 국가정책협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식품의약국(FDA)이 자신의 재선을 방해하려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개발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그는 최근 극우 음모론 집단에서 주로 쓰는 '딥스테이트'(Deep-State·막후 세력)라는 단어까지 꺼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트위터를 통해 "FDA 의 ‘딥스테이트’이든 누군가가 제약회사들이 백신과 치료제를 시험하기 위해 대상자를 확보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어 "분명히 그들은 (미 대선이) 11월 3일 이후로 미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중요한 건 속도다. 생명을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FDA가 대선을 의식해 백신이나 치료제 테스트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미 식품의약국(FDA)을 비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트위터

딥스테이트는 '숨은 권력집단'을 뜻하는 말로 최근 미국의 극우 음모론 집단 '큐어난'(Qanon)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2017년 극우 성향 온라인 게시판 '포챈'(4chan)에서 시작한 큐어난은, 미국 민주당과 연결된 지하 기득권 집단인 딥스테이트가 트럼프 대통령을 흔들려 한다고 주장한다. 딥스테이트가 악마를 숭배하며 인신매매와 식인, 소아성애범죄를 저지른다는 음모론도 펼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큐어난에 대해 "그 운동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들었다"며 두둔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딥 스테이트의 존재와 고의 백신 지연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트윗에서는 자신이 코로나 치 료제로 선전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긴급 사용 승인을 FDA가 취소했다는 내용이 담긴 트윗을 공유하면서 "많은 의사와 연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FDA 국장을 지낸 페기 햄버그는 "대통령이 FDA의 업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매우 안타까웠다"며 "지금은 FDA의 업무를 정치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