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여대 경영대학장실 한 켠에 건반을 놓은 김효근 작곡가. 김호정 기자
경영대학장 겸 히트 작곡가 김효근 인터뷰
그는 히트작 ‘내 영혼 바람되어’를 포함해 2010년부터 작곡집 앨범 6장을 낸 작곡가다. "음악은 평생 취미"라고 하기엔 경력이 만만치 않다. ‘눈’ ‘첫사랑’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등도 인기 작품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롯데콘서트홀 등에서 김효근의 작품은 한 해 30회 정도 무대에 오른다. 수수하고 음악적인 선율이 시어를 살려내는 노래들이고, 대중성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아트 팝’이라는 장르 이름을 붙였다. 올 12월엔 대전에서 첫 오페라 작품도 올린다.
음악 교육을 정식으로 받은 적은 없다. “열살 즈음에 기타를 배웠는데 화성학의 논리성이 정말 좋았다. 그때부터 전세계 명가곡, 영화음악, 팝송, 포크송을 피아노로 혼자 쳐보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1만 시간은 넘었을 거다.” 중고등학교 때는 국립교향악단, 국립오페라단의 거의 모든 공연을 혼자 보러 다녔다. “그러다 학교 음악 시간에 드보르자크 ‘신세계로부터’ 교향곡을 듣게 됐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음악적 쾌감이 이럴 수 있구나 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학교와 교회 합창단의 반주자를 도맡았지만 작곡가가 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공부를 꽤 잘 했기 때문에 집안 어른들이 ‘음악하고 싶으면 호적 파라’며 혼을 내셨다”고 했다. 대학에 가고 나면 마음껏 음악 공부를 한다는 조건으로 음악을 잠시 접었다. “10대 시절에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그때 음악은 내 세계를 얼마든 상상할 수 있도록 해줬다. 내 용기의 원천이었다.”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후 음악대학의 모든 이론 수업을 들었고 오선지를 사들여 생각나는 대로 적어내려갔다. 음대 학생을 대상으로 열렸던 제1회 MBC 창작 가곡제에서 대학교 3학년 때 우승했다. “작곡과 학생에게 악보 기보법을 배워야했을 정도로 초보였다”고 했다.
![연주자들과 무대에 선 김효근 작곡가(앞줄 맨 왼쪽). [김효근 제공]](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06/7fc5d5a6-cd83-489f-aee9-5e78d85a9058.jpg)
연주자들과 무대에 선 김효근 작곡가(앞줄 맨 왼쪽). [김효근 제공]
혼자 터득해 만든 김효근의 노래는 기존의 한국 가곡과 다르다. 노래 선율 자체는 지극히 대중적이고 악기 반주는 소박하다. 화성은 전통과 현대성을 넘나든다. “경영학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 가곡은 위기였다. 한쪽에서는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전위적인 어법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30년동안 똑같은 기법으로 작곡하고 있었다. 상품으로 치면 10년, 20년 내 소멸할 위기에 있었다. 1990년대 이후 다양한 음악을 받아들인 젊은 층이 가곡을 듣자마자 채널을 돌리지 않도록 해야했다.”
이처럼 음악에 경영학 마인드가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 “생산보다 마케팅과 판매가 더 중요하다”며 곡 하나를 작곡하고 나서 1년을 프로모션 기간으로 보고 대중의 수용을 지켜본다. 최근엔 클래식 연주자들이 자신을 알리고 팬을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 아트링커(artslinker.com)를 오픈했다. 이화여대 경영예술연구센터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로, 예술가들이 소비자를 만나게 해주는 사이트다. “각종 통계로 봤을 때 연주자 한 명이 연주로 생계를 유지하려면 충실한 팬 2만명이 있어야 한다. 불특정 다수 대신 특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을 브랜딩 해야한다.” 아트링커는 이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고 음악가마다 자신의 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
그는 “그동안 음악에서 내가 받은 게 많기 때문에, 경영학 관점을 도입해 음악계를 돕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그는 음악에서 늘 위로를 받는다.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가 작곡의 핫타임이다. 이런 저런 음악을 울려보는 그 느낌이 너무나 좋다. 내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도 살맛나는 느낌을 주고 싶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September 06, 2020 at 07: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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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에 위로 건넸다···'내 영혼 바람되어' 작곡한 그의 정체 - 중앙일보 - 중앙일보 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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