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 밖에도 부캐릭터는 있다. ‘청각적 부캐’를 만들어낸 이들. 얼마 전 나란히 앨범을 낸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 프로듀서 정재윤이다. 윤석철의 부캐릭터인 ‘더 블랭크 숍’은 데뷔앨범 ‘Tailor’를 통해 ‘윤석철’을 넘는 다양한 세계를 보여준다. 선우정아, 십센치, 하헌진, 원필(데이식스), 백예린, 이진아, 안녕하신가영, 밴드 까데호 같은 참여진도 화려하지만 음악적 내용이 더 흥미롭다. 고전 컴퓨터게임 사운드를 활용한 ‘칩튠’ 장르에 스윙재즈를 접목한 ‘LAN escape’, 요즘 힙합의 트랩(trap) 리듬을 담은 ‘Stay at Home’, 하우스풍의 단단한 일렉트로닉 비트를 편집증적으로 활용한 ‘Mold in closet’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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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를 풍미한 R&B 그룹 ‘솔리드’ 출신인 정재윤은 ‘세비안(SAVIYN)’으로 변신했다. 미래적인 일렉트로닉 팝을 새로운 데뷔앨범 격인 ‘Voyage.01’에 담았다. 미국에 머무는 그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솔리드로 나왔다면 사람들이 R&B 장르를 기대했을 것”이라며 “다른 장르의 음악을 시도하기 위해 새 이름을 만들었다. 세비안으로는 한계가 없다”고 했다. “새 이름은 거의 익명에 가까워서 제가 하고 싶은 걸 아무거나 만들 수 있거든요. 수많은 사람의 의견을 들을 필요 없이, 머리에서 딱 떠오르는 것을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면에서 좋아요. 큰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세비안은 구원자를 뜻하는, 스스로 만든 신조어. ‘One Weekend’라는 곡에는 솔리드의 멤버 이준도 참여했다.
더 블랭크 숍, 세비안 모두 객원가수를 여럿 참여시켰지만 스스로 부른 노래도 음반에 담았다. 평소에는 잘 선보이지 않던 보컬로서의 모습도 자연스레 드러낸 셈. 정재윤은 “솔리드에서는 음악 제작에 주로 힘썼는데 세비안으로서는 리드 보컬로서의 역할도 채웠다. 코로나19 때문에 누군가를 불러 녹음을 진행할 수 없어 직접 해보기로 했는데 재밌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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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14,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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