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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 통신선 복구' 없인 진상규명 공동조사 쉽잖아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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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남북 군 통신선 복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서해지구 남쪽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대령급 남북 군사실무접촉에서 우리 수석대표 조용근 육군대령과 북쪽 수석대표 육군대좌 엄창남 등이 의논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지난 2018년 남북 군 통신선 복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서해지구 남쪽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대령급 남북 군사실무접촉에서 우리 수석대표 조용근 육군대령과 북쪽 수석대표 육군대좌 엄창남 등이 의논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아쉽게 부각되는 것은 남북 군사통신선이 막혀 있는 현실”이라며 “이를 우선 복구해 재가동할 것을 북쪽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전날 주재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의 “군사통신선 복구와 재가동 요청”이라는 결정 사항을 서주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통해 발표한 데서 한발짝 더 나아가 이날은 대통령이 직접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이다. 정부가 27일 북쪽에 공식 요청한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와 △군사통신선 복구·재가동 △최우선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로 꼽은 “시신과 유류품 수습”은 가능할까? ① 군통신선 재가동될까? 남북 사이 직통 연락망은 공식적으로는 완전 단절 상태다. 북쪽이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뿌리기를 문제 삼아, “6월9일 낮 12시”를 기준으로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한다고 공언한 뒤, 순차적으로 끊겼기 때문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교환이 보여주듯 남북 사이 직접 소통 수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 사이의 소통 창구다. 다만 이 창구는 현재 상시 연락보다는 “꼭 필요한 때”만 가동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 창구로 어업지도원 피격 사망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한 남북 사이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과 정부가 군통신선 복원·재가동을 거듭 촉구한 이유다. 북쪽이 남쪽 공식 요청에 응할지를 두곤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전직 고위관계자들과 원로들의 대체적 전망이다. 군통신선 재가동 문제는 북쪽이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지와 맞닿은 고도의 정무적 판단 사안이다. 북쪽이 남쪽의 군비 증강 움직임을 맹비난하고, 28일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 무단 침범 중단”을 요구한 사실 등은 군통신선 재가동 가능성을 낮춰 보게 만드는 요인이다. 다만 북쪽이 최근 정상 친서를 주고받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단히 미안하다”고 직접 사과한 사실로 미뤄 군통신선이 재가동될 수도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일부에서 나온다.
군 관계자가 북쪽과 통화를 시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군 관계자가 북쪽과 통화를 시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공동조사 이뤄질까? 분단 70년사에 사건·사고와 관련한 남북 공동 현장조사는 한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더구나 이번 사건 현장은 남북 사이 ‘해상 경계선’ 갈등이 있는 북쪽의 최전선 수역이다. “공동 현장 조사 가능성은 사실상 0%”(다른 전직 고위관계자)라는 전망이 많은 까닭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정부는 ‘공동 현장 조사’가 아닌 ‘공동 조사’를 요청했다. ‘공동 현장 조사’가 아닌 ‘공동 조사’의 실현 가능성은 군통신선 재가동 여부에 달려 있다. 군통신선이 재가동된다면 “소통과 협의, 정보 교환”이 가능해지고, 사실상 ‘공동 조사’의 성과를 낼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공동 조사’가 아닌 ‘군통신선 재가동’에 발언의 무게를 실은 까닭이다. ③ 주검 수습 가능할까?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해군과 해경이 탐색 구역을 정해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북쪽도 수색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북 모두 아직 주검은커녕 유의미한 유류품도 확보하지 못했다. 해군이 소청도 해상에서 구명조끼로 추정된 물체를 발견해 한때 기대를 높였으나, 플라스틱 조각으로 확인됐다. 어업지도원이 북한군에 피격된 지 엿새를 넘기면서 주검 수습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지만, 그렇다고 수습 노력을 늦출 순 없는 상황이다. 군통신선 재가동과 공동조사가 모두 성사되지 않는다면, 주검 수습만이 사건의 실체를 조금이라도 더 규명할 수 있는 길이자 “최우선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인도주의” 문제여서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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