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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지라르 ‘모방 이론’ 틀로 인간 심리 현상 분석
관계 속 상호성에 주목하는 ‘자아 간 심리학’ 주장
세 번째 뇌
장 미셸 우구를리앙 지음, 임명주 옮김/나무의마음·1만6000원 친구의 ‘연인’은 어쩐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잘못된 만남’이란 노래가 괜히 메가 히트를 친 게 아닐 것이다), 지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여행 사진을 보고 나면 꼭 같은 곳에 가서 비슷한 구도와 포즈로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스타일의 의류나 장신구도 유행이 되면 하나쯤 사고 싶어진다…. 이런 경험을 자주 한다고 해서 ‘주관 없이 남들을 따라한다’고 스스로를 타박할 필요는 없다. 이 모든 일들은 ‘세 번째 뇌’가 일으키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출신 신경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 장 미셸 우구를리앙이 쓴 <세 번째 뇌>는 이런 인간의 ‘모방 욕망’을 파고든 책이다.
프랑스 신경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장 미셸 우구를리앙. ⓒJcbales
전문용어가 적지 않게 등장하는 이 책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을 마치며’부터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프랑스 문학평론가이자 사상가 르네 지라르(1923~2015)가 고안한 ‘모방 이론’이라는 안경을 쓰기 전까지, 지은이는 환자가 뿌옇게 보였다고 고백한다. 환자가 고통받는 이유도, 치료법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으로는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접한 모방 이론은 그에게 한층 또렷한 세계를 선사했다. 1961년 발표된 모방 이론은 인간의 욕망이 본원적인 것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는 ‘모방 욕망’이며, 이것이 인간관계에서 폭력의 기원이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이 이론은 사회적으로는 반향을 일으켰지만 의료계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30년 뒤인 1990년, 인간의 뇌 속에는 상대방의 특정 움직임은 물론 그 의도까지 간파해 거울처럼 즉각적으로 따라 하게 만드는 ‘거울신경세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조명을 받게 된다. 예컨대 실험자가 아이 앞에서 장난감을 해체하려고 하다 실패하면, 그 장난감을 건네받은 아이는 실험자의 단순 행동 자체뿐만 아니라 그 목표(장난감 해체)까지 따라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방 욕망이 경쟁을 낳고, 이 경쟁이 인간을 과열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 지은이의 견해다. 지은이는 이 거울신경세포를 ‘세 번째 뇌’로 명명하고(사고를 관장하는 대뇌피질, 감정을 관장하는 대뇌변연계에 이어 세 번째로 밝혀졌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모티브로 삼아 인간의 심리 현상을 모방 욕망의 프레임으로 해석한다. 모방 욕망에는 반드시 그 대상이 존재해야 하는 법이다. 때문에 모방 욕망은 필연적으로 ‘자아 간 심리학’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심리만 파고들 게 아니라, 인간관계 속에서 보이는 상호성을 봐야 한다는 이론이다. “누구를 만나거나 관계를 맺을 때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자아가 만들어진다. (…) 심리 현상은 각자의 육체가 가진 고요한 불투명함이 아닌, 자아와 자아의 관계 안에 존재하는 신비한 투명함에서 생겨난다. 나는 오랜 성찰과 치료 경험을 통해 정신병이 발생하고 진전하는 과정에서 모방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그 결과가 책에 상세히 기술돼 있다. 예컨대 신경증 상태인 환자의 모방 욕망은 ‘허언증’이나 ‘가장성 장애’(주위의 관심을 환기할 목적으로 자신을 병자로 만드는 행위. 자해가 동반된다)로 나타난다고 한다. <돈키호테> <신곡> 등 문학 속 인물, 지은이가 실제 치료한 환자 사례가 풍성해 쉽지 않은 내용임에도 흥미롭게 읽힌다. 최윤아 기자
November 27, 2020 at 02:5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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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욕망의 내용은 '네 것'뿐이구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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