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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세 사람 함께 돈 모으고 대출 받아 땅 사고 집 짓고 사는 이야기
서울서 내 집 한 채 갖기까지 ‘웃픈’ 주택마련 투쟁기 등 다양한 ‘집 책’
“집 샀다가 망한 사람 보셨어요?” “부동산 하락기엔 마음이 지옥이에요.” 인터넷 게시판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문답들이다. 집은 재산이자 재생산과 돌봄 노동의 현장이다. 돈을 주고 사기도 잘 해야 하지만, 살기에도 좋아야 한다. 집 문제는 주거 문제, 사유 재산의 문제, 사고 파는 사람 사이 관계의 문제가 온통 뒤얽힌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영끌 대출’을 해도, 강남에 있는 ‘똘똘한 한 채’를 꿈꾸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복잡한 사람들, 집 문제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집 이야기를 다룬 책들을 모아보았다. 젊을수록 대체로 가난하다. 수입은 바닥을 기고 월세는 하늘을 난다. 주거비가 빠져나가 ‘텅장’이 되어버린 통장을 쥔 이들은 취향과 기본권을 차례로 내려놓는다. 아름답고 질 좋은 소품들 대신 “‘다○소’를 선택”하고, 월세를 아끼기 위해 햇볕과 여분의 공간을 반납한다. 새 책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구백킬로미터)은 비싼 월세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온 밀레니얼 세대 3인방(우엉·부추·돌김)이 강화에 땅을 사고 집을 지어 함께 사는 ‘모험’을 감행한 이야기다. 집주인 할아버지한테서 벽지·장판을 깨끗하게 쓰고 있는지 ‘불시 검사’를 받았던 신문기자 출신 돌김, 햇빛 한 줄기가 들어오지 않아 오후 5시면 깜깜해지는 집에 살았던 교사 부추, ‘어떤 놈이 술 취해 공동 현관 도어락을 불로 지지는 걸 목격했던’ 교사 우엉. 여자 둘 남자 하나, 한 쌍의 부부(부추와 돌김이 부부다)와 친구로 구성된 세 사람은 “기본 생활권이 보장되는 적당한 면적에 주거인의 취향이 반영된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으로 뭉쳐 ‘주거 공동체’를 꾸리기로 한다.
강화도에 공동 명의로 땅을 사고 집을 지어 함께 사는 이야기를 책으로 낸 지은이 돌김·우엉·부추(왼쪽부터). 구백킬로미터 제공
강화도에 공동 명의로 땅을 사고 집을 지어 함께 사는 이야기를 책으로 낸 지은이 돌김·우엉·부추(왼쪽부터). 구백킬로미터 제공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부부의 전세금 7500만원과 우엉의 전세금 5000만원을 합쳐 수도권을 다 뒤져도 그들이 살 30∼40평(99~130㎡)대 공간을 찾는 건 불가능했다. 포기하려던 찰나 우연히 소개받은 강화도 땅(119평·392㎡)이 세 사람의 마음을 훔친다. 이때부터 이들은 이름하여 ‘대출 공동체’를 이룬다. 공동 명의로 1억2100만원짜리 땅을 사고 각자의 이름으로 여러차례 대출까지 받아 건축비와 각종 등기비용(2억5825만원·인테리어비용 제외)을 마련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7년은 함께 산다는 ‘7년의 맹세’를 하고서. 도심의 아파트를 사려고 빚을 내면 ‘잘했다’는 말을 듣지만, ‘지방’에 ‘주택’을 짓기 위해 빚을 내면 곧바로 주변의 반대와 우려에 부딪히는 게 현실이다. “단독주택은 안 오른다”, “왜 강화도냐”, 심지어는 “부부와 함께 살면 ‘밤에’ 불편하지 않냐”는 불편한 질문까지 날아든다. 더 큰 장애물은 제도적 배제다. 20년간 연 2% 이자로 최대 2억원의 융자를 지원해주는 ‘농어촌주택개량사업’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마지막에 세 사람의 ‘공동명의’가 발목을 잡았고 결국 지원은 받지 못했다. “다양한 가족 형태도 늘고 있는데, 법과 지원사업은 여전히 가부장만이 세대주라고 규정하는 ‘정상가족’ 중심의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돌김은 회고한다. 이 같은 역경에도, 결국 세 사람은 2019년 3월 새 집에 입주해 ‘생활·대출 공동체’를 완성했다. 공동 통장을 만들어 공과금을 내고 가사노동도 나눈다. 이들은 묻는다. “공간과 경제를 공유하고 정서적 유대를 느끼는 우리는 왜 가족이 아니냐”고. ‘마음 맞는 이들끼리 한적한 데 집을 지어 함께 살고 싶다’는 동경을 품고 있는 이 시대 모든 이들에게 가능성을 열어 보이는 책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말 출간된 <�집다운 집>(아르테) 또한 대안적인 주거 형태를 상상하는 사람들에게 힌트를 준다. 공유주거를 고민하는 건축가의 인터뷰와 작은 부엌이 선물해준 공간에서 제철 작물에 대해 공부하며 살아가는 어느 식당 주인의 이야기, 식물·반려묘와 더불어 살아가며 자신의 집을 만들어가는 영화인까지 여러 사람의 다양한 집 이야기를 묶었다.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독자에게 생각의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4년 동안 집값이 폭등한 서울 마포 공덕·아현 지역의 아파트 단지들의 5일 오후 모습. 사진 아래 아파트 단지가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최근 4년 동안 집값이 폭등한 서울 마포 공덕·아현 지역의 아파트 단지들의 5일 오후 모습. 사진 아래 아파트 단지가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집값 비싼 서울에서 내 집 한 채를 장만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담은 새 책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북라이프)는 ‘부동산 에세이’로 분류할 수 있지만 다른 아파트 투자 위주의 부동산 책과 뚜렷이 다르다. 서울에 사는 1979년생 강병진씨는 마흔 살에 생애 첫 집을 샀다.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고 방이 2개인 신축 빌라다. 2억 초반대의 이 집을 얻기 위해 직장생활 10년을 하며 모은 1억 남짓한 돈에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로 9500만원을 보탰다. 어머니와 둘이 살던 지은이는 혼자만의 공간이 절실했다. 오랫동안 셋방살이를 한 어머니에게는 누군가가 자신을 내보내는 일이 없을 거라는 ‘안심’이 필요했다. 결국 그는 자신을 위한 오피스텔 월세방을 구하고, 어머니를 위한 빌라를 사기로 결심했다. 집을 구하는 과정은 ‘웃픈’ 모험기 같다. 지은이는 분양 업체 관계자들의 차를 타고 빌라를 돌아보는 ‘빌라 관광’을 다니고 빌라를 이용한 투자 수익 창출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는다. 분양 업체 사람들의 과잉 친절을 받으며 ‘내가 혹시 호구가 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호구가 되더라도 만만한 호구가 되지 않겠다’라는 각오를 다지고 나선 그는 분양 업자와 협상을 통해 매매가를 1000만원이나 깎는 ‘위업’을 달성한다. 자신감을 얻어 그다음에는 대행업자를 통하지 않고 직접 대출을 알아보았다. 빌라의 경우 아파트 구입을 목적으로 한 대출과 달리 집에 대한 감정을 미리 신청해야 해서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거쳤다. 영혼이 털리다시피 악착같이 집을 얻고 나니, 눈앞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예전에는 집 주변에 어떤 매장이 생겨도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카페나 매장에 눈길이 간다. 주거환경의 변화가 나의 재산 가치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광역급행철도(GTX) 추진 소식이나 주변 재개발 사업도 관심사가 되었다. 때론 아파트값 폭등을 보며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건 아닌지 전전긍긍하지만 대체로는 ‘영끌’ 대출로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사는 대신 적절한 규모의 은행빚을 얻어 이사하지 않을 자유와 조금은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자 내린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이 주택 구입기는 아파트 투자 광풍 속에서도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은 집’을 찾는 이들에게 보여주는 또 다른 선택지이다.
ⓒ 최준석
ⓒ 최준석
지난달 출간된 <�집의 귓속말>(아트북스)은 건축가이자 건축에세이스트인 최준석이 따뜻하고도 담담하게 써내려간 ‘내 집 짓기’ 이야기다. 2016년 집 지을 땅을 만나고 첫삽을 뜬 2017년 봄부터 그해 12월 집이 완공되기까지 가족 모두에게 ‘사건’이 된 집짓기를 둘러싼 에피소드와 바람을 두루 담았다. 부모, 부부, 자녀로 이뤄진 3세대가 살 집은 땅 구하기부터 난관이었다. 집짓기 주관자인 자신의 바람과 달리 아버지는 풍수, 어머니는 밝음, 배우자는 ‘사람 냄새’, 딸은 ‘무서울 것 같지 않은 곳’을 원했다. 결국 자신이 아닌 식구들이 골라준 새 땅 위에 집을 지어가는 지은이. “그려보고 설계하고 허가받고 시공사를 선정하고 착공하면서 집을 짓는 모든 과정”이 “내 가족의 역사 한 페이지를 쓰는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는 이제 아이가 청년이 된 이후까지 기억에 남을 집, 자신의 과거를 되짚어볼 수 있는 집을 상상한다. “시간은 공간을 통해 의미 있는 삶의 장면이 된다. 그 장면을 담는 그릇이, 집이다.” 부드러운 글솜씨가 집 고민으로 딱딱해진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 준다. <�내 집에 갇힌 사회>(창비·2020년 3월말 출간)는 주거문제에 관한 한국인들의 복잡하고 독특한 행동양식을 ‘생존주의 주거전략’이라는 개념으로 분석한 사회비평서다. 집이 한국인들에게 배타적인 생계수단이 된 시초는 1970~80년대 수출주도형 성장에 따른 수요제한형 주택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는 부족한 자원과 취약한 재정을 가계와 기업의 자금으로 메우는 식의 특수한 재무구조를 확립했다. 자금 제공의 댓가로 대형 사업자와 자가소유 가구는 계속 돈을 버는 유리한 위치에 진입할 수 있었다. 자가소유는 곧 “재무 지위”를 뜻했고 “도시 중산층의 입구”가 되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중산층에게 국가는 “사회이동의 멜로 드라마”를 완성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경제성장에 대한 ‘지분’을 갖고 국가 공동체와 운명을 함께하는 사회 ‘주류’가 탄생한 것”이다. 지은이 김명수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의 박사학위 논문에 바탕을 둔 책. ‘집값불패’ 신화가 어떻게 성립되었는지 살피며 집을 둘러싼 투기가 결코 고소득자들만의 리그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생존주의 전략을 통한 생계는 자신의 생계위험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사회’적 재생산 투쟁을 수반한다.” 집을 둘러싼 만인의 투쟁은 오늘도 계속된다. 허윤희 최윤아 이유진 기자 yhher@hani.co.kr



July 10, 2020 at 04:0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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