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코리아]충남 계룡산 일대 사찰
신원사, 고풍스러운 한옥느낌 물씬
갑사, 숲길-시원한 계곡 어우러져
동학사, 충신 기리는 사당 그대로

○ 작은 궁궐을 품에 안은 신원사

대웅전 앞마당 가운데 자리한 5층 석탑과 양 옆의 석등, 초록색 잔디 사이로 동그랗게 다듬어진 돌들, 커다란 나무들이 더해져 아기자기한 정원 분위기를 연출한다. 고풍스러운 사찰 건물은 오래된 한옥 같은 느낌이 든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있으면 석탑과 대웅전 그리고 멀리 계룡산 천왕봉이 한눈에 들어와 심신이 편안해진다. 대웅전 왼쪽의 배롱나무는 수령이 600년이 넘은 사찰의 산증인이다.
신원사 경내에는 중악단(보물 제1293호)이 있다. 겉모습부터 보통의 사찰 건물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중악단은 조선시대 때 나라에서 산신에게 제를 올리던 제단이다. 태조 이성계가 세웠지만 이후 철폐됐고, 명성황후가 다시 재건했다. 조선시대에는 북쪽의 묘향산을 상악, 남쪽의 지리산을 하악, 중앙의 계룡산을 중악으로 단을 만들어 제사를 지냈다. 상악단, 하악단은 없어지고 현재는 중악단만 남았다.
중악단은 왕실의 손길이 닿은 만큼 조선 궁궐의 건축 기법이 녹아 있다. 추녀마루 위에 놓인 잡상(잡신을 물리치기 위해 지붕 위에 올린 장식)만 봐도 궁궐의 지붕이 떠오른다. 잡상은 궁궐이나 궁궐과 관련 있는 건축에만 허용됐던 장식이다. 아름다운 무늬가 있는 담장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세월이 많이 흘러 색이 바랜 단청과 중문에 그려진 신장상은 역사의 품격이 남아 있다. 신장상은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휴대전화 카메라로 확대해 보면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규모는 작지만 궁궐의 많은 특징이 담겨 작은 궁궐 같다.
○ 울창한 숲길과 계곡을 품은 갑사
계룡산 서쪽의 갑사는 특이하게 두 글자 이름이다. 국내 전통사찰은 968곳(올해 1월 기준)으로 그중 두 글자 이름을 가진 사찰은 충남 서산의 죽사, 전북 진안의 답사, 경북 청도의 덕사 등 5곳이다. 으뜸을 뜻하는 ‘갑(甲)’을 쓴 것도 독특하다. 건물의 배치도 보통 사찰과 다르다. 마당을 중심으로 대웅전 등 4개의 건물이 ‘ㅁ’자 구조로 둘러싸고 있다. 덕분에 마당에 서 있으면 아늑함이 느껴진다.

갑사는 백제 구미신왕 원년(420년)에 창건됐다. 천년 넘게 이어져오다 정유재란 때 모두 불탔다. 그 후 조선시대에 하나둘 새로 건물들이 세워졌다고 한다. 갑사는 이름에서부터 ‘ㅁ’자 구조, 강당 승탑 당간의 위치 등 보통의 사찰과는 다르다. 뭔가 정리되지 않고 어색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천년고찰 갑사가 만들어온 흔적이라 할 수 있다.
○ 충신들의 사당을 모신 동학사
계룡산 동쪽에는 비구니 사찰인 동학사가 있다. 주차장에서 동학사까지는 약 1.5km의 숲길이 이어진다. 포장된 길이 계곡을 따라 이어져 걸어가기에도 무리가 없다. 길 중간에는 약 400m 길이의 동학계곡 옛길도 보존돼 있다. 동학사는 예전부터 주변 계곡과 숲이 유명해 인근의 대전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나들이객이 많이 찾는다. 주차장과 동학사 입구에는 많은 식당과 상점도 생겼다.
동학사 옆을 흐르는 총 3.6km 길이의 동학계곡은 동학사 등산로를 따라 흐르고 있다. 등산객들에게는 걷는 내내 시원한 물소리를 들려준다. 동학계곡의 정점인 은선폭포는 계룡산에서 가장 큰 폭포로 동학사에서 1km 정도 올라가면 나온다.
계룡산 사찰 3곳은 모두 등산로로 연결돼 있다. 동학사∼갑사, 갑사∼신원사, 신원사∼동학사 모두 약 4∼5km 길이로 3∼4시간 코스다. 어디로 가더라도 연천봉 고개(해발 738m)를 넘어야 해 쉬운 길은 아니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사찰 간 이동에 30분 정도 걸린다. 계룡산 북쪽에는 구룡사가 있었지만 현재는 절터만 남아 있다.
○ 볼거리 넘치는 계룡산 주변
보훈둘레길은 국립대전현충원을 둘러싼 산책로다. 총길이 8.2km로 숲길과 흙길을 3시간 남짓 걸을 수 있다. 30여 년 수령의 숲길을 걷다 보면 나무 사이로 현충원에 잠든 영령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차분한 마음으로 길을 따라가게 된다. 계룡산 수통골은 대전 도심과 가까운 계곡이다. 입구부터 수통폭포까지 약 20분 거리로 가볍게 산책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탐방 코스가 마련돼 있어 일정과 체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September 05, 2020 at 0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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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시름 내던지고 ‘계룡정토’ 들어가볼까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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