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다시 정치권 한복판에 끌려 나왔다. 다음달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 시행을 앞두고 여당이 그의 퇴진을, 야당은 임기 사수를 주장하면서다.
여의도에서 ‘반윤(反尹) 대 친윤(親尹)’ 구도가 첨예하게 고조된 건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퇴임 이후 8개월여만이다.
“눈치껏 나가라” 부채질
버티는 총장을 잘라낼 제도적 방법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 민주당은 거여(巨與) 발 메시지로 여론전에 돌입했다. 앞서(19일) 윤 총장 거취 논쟁에 불을 댕긴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의 “내가 윤석열이라면 벌써 그만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겠나”라는 발언에 이 같은 전략이 담겨있다.
사퇴 압박의 표면적 근거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불협화음이다. “(검찰총장) 임기 보장과 상관없이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이렇게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다.”(설 최고위원) 더불어시민당 대표를 지낸 우희종 교수도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눈치가 없는 것인지, 불필요한 자존심인지, 뻔한 상황인데 윤 총장은 갈수록 더하다”며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이 절반을 넘는 일방적 결과는 윤 총장에게 빨리 거취를 정하라는 국민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법무부)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대통령이 임명한 권력기관 수장(총장)에게 ‘우리가 총선에서 이겼으니 물러나라’는 건 공개 주장 논리로는 적절치 않다”(법사위 보좌진)는 지적이다.
“토사구팽. 쓰고 내쫓나”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윤 총장에 대한 정권의 공격이 이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내 편은 진리라는 권력의 오만이 친문 무죄·반문 유죄의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며 앞서 안철수, 김종인, 심상정, 손학규 등이 모두 친문 세력에 이용당하고 버림받았다고 했다. “적폐수사를 이끌었던 윤석열까지 모두 쓰고나서 잔인하게 토사구팽했다. 기승전팽의 법칙이다.” 2017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을 지낸 윤 총장은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됐고, 지난해 7월 검찰총장직에 올랐다.
결정권 오직 文에
지난 회의 때 문 대통령은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검찰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불거진 윤 총장 사퇴론에 대해 법조계 일각서는 “총장이 임기를 다 채우는 일은 원래 드물고, 임기 절반(1년)을 채워가는 시점에서 인사권자(대통령) 차원의 교체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전직 고검장)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총장 임기제 실시(1988년) 이후 전직 총장 평균 임기는 1.5년 남짓으로, 법정 임기보다 반년 짧다.
하지만 현재 검찰에 신라젠·라임자산운용 등 여권 연루 의혹 사건이 쌓여 있고, 4·15 총선 고발 건들도 처리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문 대통령으로서도 윤 총장을 불신임하기엔 부담스러운 요소다. 결국 외곽에서 '윤석열 내치기'에 더 전력을 쏟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날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한명숙 전 총리 위증 교사 의혹과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윤 총장이 감찰 방해, 사건 무마를 하고 있다”며 “윤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특검 수사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June 21, 2020 at 04:2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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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내치나…文 소집 하루 앞두고 민주당원 “특검으로 처벌”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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