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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신건강 상태 좋다” 47%뿐, 이마저 점점 줄어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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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정신질환 관리의 현주소

스트레스, 우울, 불안, 불면 경험
‘그냥 두면 나아지겠지’ 방치도

정신질환 편견, 정신과 문턱 여전
관리하면 지역사회에서 잘 살아가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한마음의 집’ 식구들이 3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서 자신들의 일상을 다루는 유튜브 영상에 담기 위해 두 편으로 나누어 풋살 경기를 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한마음의 집’ 식구들이 3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서 자신들의 일상을 다루는 유튜브 영상에 담기 위해 두 편으로 나누어 풋살 경기를 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최근 몇년 사이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가 좋다고 느끼는 이들의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도 진료받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상당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19년 국민 정신건강지식 및 태도조사’(15~69살 전국 1500명)를 보면, 평소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매우 좋다+좋다’고 응답한 이들의 비율이 54.5%(2017년)→52.3%(2018년)→46.8%(2019년)로 최근 3년 사이 점점 줄었다. 응답자들이 지난 1년간 경험한 정신건강 문제 유형은 ①심각한 스트레스 37.6% ②수일간 지속된 우울감 30.3% ③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의 기분 변화 30.2% ④수일간 지속된 불안 27.9% ⑤수일간 지속된 불면 24.9% 차례다. 응답자 728명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 뒤에도 상담(상의)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①‘그냥 두면 나아질 것 같아서’ 39.3% ②‘정신질환은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서’ 20.3% ③‘별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 17.2% 등으로 나타났다. 정신과 진료 여전히 문턱 우리나라에서 정신건강에 대해 진단받고 치료하는 것은 여전히 사회적 문턱이 높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인 청소년이 스스로 정신건강 문제를 인지하고 치료받으려 했지만 장벽에 부딪힌 경우가 있었다. 김현(가명·18)씨는 지난해 2월 불안과 강박 증상을 느껴 동네 한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했다. 안내 직원은 김씨가 접수지에 적은 주민등록번호를 보고 “부모님 허락은 받았냐”며 “미성년자는 보호자 동의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없다”고 진료를 거부했다.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온 그는 아버지에게 “정신과 진료를 받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스스로 이겨내라”며 진료를 반대했다. 몇달 뒤 다시 한번 아버지에게 부탁해 겨우 진료를 받았다. 미성년자가 부모와 함께 방문해야 진료가 가능하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병원이 거부하고 가족이 반대해서 진료를 지연해야 했던 사연은 자신의 마음 건강을 살피고 일상에 불편이 있을 때 병원에 방문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미지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 활동가는 “병원 쪽에서는 부모의 항의를 받을까 우려돼 진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자녀가 정신과에서 약 처방을 받으면 부모가 ‘왜 그런 약을 먹냐’며 강한 편견을 드러낸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정신질환 혐오 표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란 글이 올라왔다.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정신질환자는 축구도 못할 것?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왜 생겨났을까. 학계에서는 보통 세 가지를 원인으로 지적한다. 정신의학이 현대화되기 전 일제강점기 정신위생학에서 ‘정신병자는 폭력적이고 위험하기 때문에 사회위생상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이야기한 것이 그 시작이다. 이후 1960~70년대 경제개발기에 국가가 ‘명랑 건전 사회 건설’을 목표로 정신질환을 ‘비정상’의 이미지로 고착화시킨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일부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부각시켜 경미한 환자도 사회로부터 분리시켜야 할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게 했다. 이 밖에도 정신의학적 증상을 잡귀, 양기 부족 등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보는 인식도 정신질환에 대한 선입견을 강화시켰다. 망상이나 환각 증상을 겪는 조현병을 앓아 장애인 등록을 한 경우라도 치료와 관리만 잘된다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1998년 만들어진 공동생활가정 ‘한마음의 집’(서울 서대문구)에선 20대부터 50대까지 조현병을 갖고 있는 10여명이 현재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7년 전부터 정신장애인의 일상을 그리는 독립영화를 제작했고, 올해 여섯번째 작품을 만들고 있다. 조현병 당사자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도 한다. 2016년엔 다큐멘터리 <옆집>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지난 3일 서울 은평구 한 실내 풋살장. 한마음의 집 식구 여덟이 한 시간 동안 풋살을 즐기고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촬영했다. 정신장애인 유튜브 채널을 7월 말 열기 위해서다. 서울시정신재활시설협회장인 최동표 한마음의 집 원장은 “정신질환이 있으면 축구도 못할 것이란 편견이 있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우리 이렇게 축구 한다’란 의미로 풋살장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찍어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끔찍한 사건이 나면 잠깐 관심을 갖다가 그다음 공포감과 선입견만 남고 관심이 사라진다. 조현병 환자의 범죄는 케어 안 된 급성기 환자들이 치료를 제때 못 받았을 때 발생하는 소수의 사건이고 대다수는 스스로 관리하며 지역사회에서 잘 살아간다. 공포감과 선입견이 오히려 환자들을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숨게 하는 덫”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참고자료 ‘1960~70년대 한국 정신의학 담론 연구―정신위생학에서 현대 정신의학으로’(의사학, 2017년) ‘정신건강 의료이용의 현황과 과제: 지표 개발과 측정을 통한 접근’(보건복지포럼 282호,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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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8, 2020 at 05:1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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